생각이 있는 이야기 101

안압지 유래에 대해...

안압지 유래에 대해... 그 와중에 왜? 월지(月池). 경주시 인교동에 있는 신라 시대의 연못이다. 조선 시대 이후 안압지라고 불렀다. ‘삼국사기’ 674년(문무왕 14) 조에는 궁성 안에 못을 파고 산을 만들어 화초를 기르고 진금이수를 양육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연못을 파고 화초를 키우고 기이한 짐승을 길렀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태평성세에 벌어진 유쾌한 사업으로 들린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혀 아니다. 신라가 가장 힘든 시기에 벌인 공사였다. 전쟁 중이었다. 그것도 당대 세계 최강국이었던 당나라와 결전을 벌이고 있었다. 신라는 672년부터 이듬해까지 전국에 성을 쌓는 작업을 했다. 월지는 이 대대적 축성 작업이 마무리되던 즈음이었다. 이 급박한 시기에 신라는 왜 한가하게 연못을 팠을까? 연못을 구조를 살..

국민

국민 국민의 탄생 17세기 유럽은 한 마디로 ‘전쟁터’였다. 30년 전쟁(1618-1648)을 비롯해 크고 작은 전쟁이 연이어 일어나 100년 동안 전쟁이 없던 기간은 4년에 불과했다. 사람들은 높은 세금에 시달렸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런던의 템스강이 얼어붙을 정도로 갑작스런 추위가 덮치기도 했다. 기후 위기 탓인지 페스트가 기승을 부렸고 흉작도 잦았다. 격렬한 갈등과 고난의 시기였으나 분명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 시기 주권 국가 체제가 형성되었다. 주권 국가 체제란 국가 주권이 각각의 국가에 있다는 생각이었다. 국가들끼리 서로의 통치 영역을 인정하는 시스템이었다. 과거는 어땠을까? 신성로마제국이 유럽의 어느 지역이든 지배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특별히 어느 국가에 소속..

철학

철학 이십 대가 이십 대에게 “당신 내가 누군지 몰라? 나 헤비급 세계 챔피언이야.” 이렇게 말한 사람은 마이크 타이슨이었다. 어느 파티장에서 그는 자신의 애인 나오미 캠벨을 괴롭혔고,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 이때 한 노신사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던 거였다. 그는 세계 챔피언 운운하며 위협하는 타이슨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전직 논리학 석좌교수라네. 우리 둘 다 자기 분야에서 꽤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이로군. 그러니 이제부터는 이성적인 인간답게 이 문제를 이야기해보세.” 그의 이름은 알프레드 J. 에이어(Alfred J. Ayer, 1910~1989)였다. 논리실증주의 선언문이라고 할 수 있는 ‘언어, 논리, 진리’를 발표했고, 이후 옥스퍼드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숱한 논문을 발표했다. 그의 20대..

밥상

밥상 ‘한국인의 밥상’의 탄생 나라가 커진 후 변화가 찾아왔다. 백제 병합 즉시 변화가 폭풍처럼 몰아친 것은 아니었다. 당분간은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일단 옛 백제 지역에서 백제 부흥운동이 일었다. 당나라는 속을 알 수 없었고, 고구려와는 아직 전쟁 중이었다. 고구려를 무너뜨리고 등에 칼을 꽂은 당나라를 물리친 이후에야 통합 작업에 들어갔다. 671년 부여에 소부리주를 설치한 이후 680년 즈음부터 본격화 됐다. 신라는 통일왕국의 위상에 걸맞은 왕궁을 갖추어야 했다. 동궁을 지었다. 동궁이 완성되면서 반달 모양에서 가득 찬 달의 모양으로 바뀌었다. 동아시아 왕궁의 전형적인 형태였다. 통일 왕조다운 궁궐이었다. 식문화도 바뀌었다. 한마디로 통합이었다. 신라의 그릇이 백제와 고구려로 흘러든 반면,..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 마흔에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 인생은 무상이다 안락함의 성찰(자왈“士而懷居, 不足以爲士矣)사이회거 부족이위사 공자가 말했다. 선비가 안락한 삶을 추구한다면 선비라고 하기에 부족하다. 안락함을 추구하는 사람은 선비라고 하기에 부족하다. 인간은 누구나 안락한 삶을 원한다. 좋은 음식과 편안한 잠자리 등 안락한 것을 추구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편안함을 추구하면 발목을 잡히게 된다. 맹자는 안락은 죽음의 신호이고 우환은 오히려 삶의 신호라고 말했다. 안락을 추구하면 초심을 잃어버리고 탐욕이 커진다고 말했다. 현대사회도 마찬가지다. 고액의 연봉, 편안함 업무 등으로 이어진다면 자신의 능력과 삶의 질을 갉아먹는 것과 마찬가지다. 가장 유명한 일화인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이야..

왜곡된 역사

왜곡된 역사 전쟁의 기억, 왜곡된 “우리나라는 총 985나 침략을 당했습니다.” 역사, 실록, 문집, 야담 등에서 자료를 찾아서 계산하는 그런 통계가 나온다고 한다. ‘침략’이라는 말이 우리나라와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가까운 역사를 보면 확실히 그렇다. 일제의 강점, 미군에 의한 종전, 그리고 분단까지. 힘없이 끌려가기만 한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985회의 참략이라는 말은 온전히 받아들이기 힘들다. 시각을 넓혀 다른 나라의 전쟁의 양상을 볼 때 그렇다는 것이다. 985회 속에는 왜구들이 해안가를 침범한 일들까지 모두 포함해서 산출된 통계다. 그런 것까지 모두 전쟁으로 칠 수 있을까? 신라의 통일 이후 한국사에서 전쟁이라고 부를 만한 규모의 전쟁은 세 차례 정도였다. 임진왜란이 대표적이다. ..

신라무덤

신라무덤 한국은 그랬다고?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 ‘인디아나 존스’ 주인공의 직업은? 도굴꾼이다. 이집트 왕들의 무덤과 가장 친숙한 이야기 소재가 도굴이다. 발굴의 역사를 들춰보면 도굴꾼들의 활약 덕분에 무덤의 존재나 위치를 파악한 이야기들이 포함되어 있다. 도굴은 ‘흔한 일’이다. 이 흔한 일이 한국에서도 서구나 중동에서만큼 빈번하게 일어났는지 질문을 던진 사람이 있었다. 미국 서부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고등교육 기관인 유타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브래들리 파커 교수였다. 그는 경주를 방문해 관계자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신라고분들은 언제 도굴되었습니까?” 아주 당연하다는 듯한 질문에 이종욱 서강대 교수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런 적 없습니다.” 그때까지 발굴된 예닐곱 개의 왕..

한국역사

한국역사 한국은 왜 모였다 하면 절반이 ‘김이박’일까? 한국 사람 100명이 모이면 그중 45명은 김씨, 이씨, 박씨다. 우리나라 250개 성씨 중 김씨는 21%, 이씨는 15%, 박씨는 9%다. 그 뒤로 최씨(5%), 정씨(5%)가 이어진다. 우리에겐 익숙하지만 정말 특이한 비율이다. 일본만 해도 가장 흔한 사토의 비중이 1.57%에 그친다. 2위 스즈키는 1.5%다. 미국에서 가장 흔한 성씨는 스미스. 그런데 그 비중이 0.8%에 그친다. 제일 많은 스미스, 존슨, 윌리엄스를 합쳐도 2%에 못 미친다. 조금 더 살펴보자면 스페인은 가르시아씨가 전체에서 3.5%를 차지, 인도는 싱(singh)이 2.7%, 독일은 뮬러가 0.8%, 프랑스는 마틴이 0.5%, 이란은 모함마디가 1%, 사우디아라비아는 칸이..

인쇄 기술

인쇄기술 일본에서 돌연 사라진 그것 일본이 빼앗아 간 것은 도자기 기술자뿐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조선에서 신기술을 훔쳤다. 바로 인쇄 기술이었다. 그들이 가져간 전리품 중에 가동활자가 있었던 것이었다. 가동활자는 한 자 한 자 따로 만들어서 인쇄할 때 수시로 조합해서 쓸 수 있도록 만든 활자를 의미했다. 중국 북송 때인 1041년 필승이라는 연금술사가 도자기를 이용해 제작한 것이 그 시초였다. 가동활판이 도입된 뒤로 일본에서는 인쇄 열풍이 불었다. 특히 천황을 비롯한 지배자들이 열광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1542-1616)는 9만 개의 동활자를 만들도록 했고, 이 가동활자로 불경과 해설사를 찍어냈다. 불경을 비롯해 돈 많은 의사들은 의학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정부와 불교 사원, 예술가 등이 이 인쇄 열..

기억술

기억술 그들은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보일 뿐 문자는 인류에게 너무도 익숙한 것이지만 이전 시대는 그렇지 못했다. 인쇄술이 발달하고 나서도 문자는 한동안 명백한 기억보다 불편하게 여겨졌고, 그 이전은 말할 것도 없었다. 저물어가는 ‘기억(기억술)의 시대’에 대한 쓸쓸한 독백이 있었다. 빅토르 위고가 쓴 ‘노트르담의 곱추’(1831)에 나오는 내용이다. 한 학자가 인쇄된 책을 집어들고 성당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새로운 것이 옛것을 사라지게 할 것이다.” 새로운 것은 기억을 담은 책이었고 옛것은 기억술이었다. 고대로부터 이어진 기억술은 성당 같은 ‘공간’과 깊은 연관이 있었다. 기억술은 그리스의 서정시인 시모니데스(BC 550-468)였다. 키케로는 그의 기억술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이 능력을 키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