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기술
일본에서 돌연 사라진 그것
일본이 빼앗아 간 것은 도자기 기술자뿐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조선에서 신기술을 훔쳤다. 바로 인쇄 기술이었다. 그들이 가져간 전리품 중에 가동활자가 있었던 것이었다. 가동활자는 한 자 한 자 따로 만들어서 인쇄할 때 수시로 조합해서 쓸 수 있도록 만든 활자를 의미했다. 중국 북송 때인 1041년 필승이라는 연금술사가 도자기를 이용해 제작한 것이 그 시초였다.
가동활판이 도입된 뒤로 일본에서는 인쇄 열풍이 불었다. 특히 천황을 비롯한 지배자들이 열광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1542-1616)는 9만 개의 동활자를 만들도록 했고, 이 가동활자로 불경과 해설사를 찍어냈다. 불경을 비롯해 돈 많은 의사들은 의학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정부와 불교 사원, 예술가 등이 이 인쇄 열풍의 주축들이었다. 반 세기 동안 일본에서는 가동 활자로 중국 고전과 군사 전략서, 역사 사적을 숱하게 출판했다.
“이렇게 돈이 많이 드는 일이었어?”
일본의 인쇄 열풍은 반세기 만에 수그러들었다. 순식간에 사라지다시피 했다. 그 비용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때문이었다. 그들은 전통적인 목판 인쇄로 돌아갔다. 이후 그들은 두 세기 동안 다른 나라와의 교역을 금지했다.
근대식 인쇄기술은 19세기에서야 다시 도입되었다. 일본의 인쇄 기술이 발전하지 못한 이유는 일본 중국과 같았다. 한자를 쓰느라 너무도 많은 활자를 만들어야 했고, 그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결국 과거의 문자가 미래로 나아가는 발목을 잡은 것이었다.
참고>
대니얼 J. 부어스틴, <발견자들>, 이경희 옮김, EBS BOOKS, 202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