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이십 대가 이십 대에게
“당신 내가 누군지 몰라? 나 헤비급 세계 챔피언이야.”
이렇게 말한 사람은 마이크 타이슨이었다.
어느 파티장에서 그는 자신의 애인 나오미 캠벨을 괴롭혔고,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 이때 한 노신사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던 거였다. 그는 세계 챔피언 운운하며 위협하는 타이슨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전직 논리학 석좌교수라네. 우리 둘 다 자기 분야에서 꽤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이로군. 그러니 이제부터는 이성적인 인간답게 이 문제를 이야기해보세.”
그의 이름은 알프레드 J. 에이어(Alfred J. Ayer, 1910~1989)였다. 논리실증주의 선언문이라고 할 수 있는 ‘언어, 논리, 진리’를 발표했고, 이후 옥스퍼드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숱한 논문을 발표했다.
그의 20대는 마이크 타이슨 못지않았다. 그가 스물다섯에 쓴 ‘언어, 논리, 진리’는 논리실증주의 선언문으로 통했는데, 두 가지 면에서 타이슨과 비슷했다. 첫째는 주장이 파격적이고 책이 얇고 전문 용어가 거의 없어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는 점이었고, 둘째는 타이슨만큼이나 자신감과 확신이 넘쳤다는 것이었다. 그는 책이 성공한 이후 다음 집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다음에 나올 것은 없습니다. 철학은 끝났으니까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었다. 우선 철학이 끝나지는 않았다. 두 번째는 ‘다음에 나올 것은 없다’는 선언이었다. 그의 말년 인터뷰를 들여다보면 그 말이 어느 정도 수긍이 된다.
“논리 실증주의는 이미 오래전에 죽었어요. 나는 ‘언어, 참, 그리고 논리’의 많은 부분은 옳다고 보지 않아요. 오히려 실수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썼던 당대엔 일종의 카타르시스적인 효과를 낳았다는 점에서 중요한 책이었다고 생각해요. 많은 헛소리를 일소했고, 여러 사람들을 흥분시킴으로써 어느 정도는 철학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으니까요. 하지만 자세한 내용을 보자면 결국 실수투성이였고, 저는 그 실수들을 고치거나 고치려고 애를 쓰는 데 지난 50년간을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의 말대로 그가 모두 맞는 말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저작이 숱한 사람들의 지적 흥미를 자극하고 상당한 파격을 제공했다는 점은 녹슬지 않는 기록일 것이다. 타이슨의 빛나는 권투기술처럼. 두 사람 모두 젊은 시절을 수정하면서 살았고, 또 살고 있지만 젊은 시절 못잖게 뉴스의 중심에 서 있었다. 어쩌면 일찍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일지도 모른다.
참고>
톰 버틀러 보던, <세계 철학 필독서 50>, 이시은 옮김, 센시오, 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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