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사람 소녀 일곱 살 소녀는 아랫배가 묵직했다. 하루종일 아버지의 손을 잡고 걸었다. 오후부터 오줌을 마려웠지만 반쯤 넋이 나간 아버지를 놓칠까봐 내내 꾹꾹 참았다. 오줌이 신발이 튀겼다. 소녀는 무의식중에 엉덩이를 옆으로 틀었다. 삐죽 솟은 나뭇가지 하나가 엉덩이를 쿡, 찔렀다. 생채기가 날 만큼 세게 찔리진 않았다. 그러면 그만이었다. 안도를 숨을 쉬고 어두운 들판을 걸어 아버지와 가족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렇게 푹 쓰러져서 잠에 빠져들었다. 1948년 5월30일 창군한 지 여섯달쯤 지난 공산당군이 창춘에 들이닥쳤다. 창춘은 국민당군이 주둔하고 있었고, 20만에 이르는 공산당군은 도시를 철조망 안에 가두었다. 그 안에는 국민당군 10만과 민간이 50만이 있었다. 식량이 떨어지고 추위가 찾아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