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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사람

전쟁과 사람 소녀 일곱 살 소녀는 아랫배가 묵직했다. 하루종일 아버지의 손을 잡고 걸었다. 오후부터 오줌을 마려웠지만 반쯤 넋이 나간 아버지를 놓칠까봐 내내 꾹꾹 참았다. 오줌이 신발이 튀겼다. 소녀는 무의식중에 엉덩이를 옆으로 틀었다. 삐죽 솟은 나뭇가지 하나가 엉덩이를 쿡, 찔렀다. 생채기가 날 만큼 세게 찔리진 않았다. 그러면 그만이었다. 안도를 숨을 쉬고 어두운 들판을 걸어 아버지와 가족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렇게 푹 쓰러져서 잠에 빠져들었다. 1948년 5월30일 창군한 지 여섯달쯤 지난 공산당군이 창춘에 들이닥쳤다. 창춘은 국민당군이 주둔하고 있었고, 20만에 이르는 공산당군은 도시를 철조망 안에 가두었다. 그 안에는 국민당군 10만과 민간이 50만이 있었다. 식량이 떨어지고 추위가 찾아오자..

온돌방

온돌방 캘리포니아 산불... 그리고 400년 넘게 지속된 화재 캘리포니아 산불이 심상치 않다. 불이 오리건주와 워싱턴주까지 번졌고 수십 명이 사망했다. 화재가 대선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화재 면적이나 피해 상황과 함께 이슈가 된 단어가 있다. ‘기후 변화’. 산불이 나기 전 캘리포니아는 50도를 넘는 온도를 기록했다. 폭염에 이은 낙뢰로 인한 산불이 예삿일로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말대로 기후변화에서 비롯된 피해가 본격화하는 신호탄일 수도 있다. 세계가 직면한 무더위와 화재 만큼은 아니더라도 우리도 이와 비슷한 인재를 경험한 일이 있다. 수백 년 간 그치지 않은 화재가 한반도의 산야를 휩쓸었다. 화재의 현장은 아궁이였다. 아궁이가 산의 나무를 집어삼키기 시작한 것은 임진왜란 이후였..

희망봉 발견

희망봉 발견 그 시절에 희망봉을 넘어갔다면 희망봉 -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주 남서쪽 끝을 이루는 암석 곶(串). 1488년 바르톨로메우 디아스가 처음으로 돌면서 카보토르멘토 주(폭풍의 곶)라고 명명했으며 1497년 바스쿠 다 가마가 인도를 향해 항해하면서 통과했음. 유럽은 희망봉을 넘어 아시아와 만났다. 희망봉을 지나 아시아로 진출한 국가는 포르투갈과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덴마크, 스웨덴 등이다. 이들은 동인도회사를 설립해 원거리 무역에 뛰어들었고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이탈리아는 이 거대한 무역의 흐름에서 아웃사이더가 되었다. 대항해 시대 이탈리아는 큰 존재감을 가지지 못했다. 이탈리아는 현대에 와서도 중국발 바이러스에 가장 먼저 공격당한 유럽국가가 되었을 만큼 위상이 크지 않다.) 희망봉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