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있는 이야기

좋은집 만들기

프로시안 2021. 4. 29. 21:12

좋은집 만들기

 

 

 

 

 

 

 

 

 

 

 

 






가장 적절한 천장의 높이는?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지만, 여기에는 하나의 전제가 필요하다. 적당한 크기로 잘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입을 크게 벌리지 않아도 되고 또 품위 있게 씹을 수 있다. 물론, 넘길 때도 편하다.

 

  집도 그렇다. 적당한 크기가 있다. 방이나 거실, 마당과 뒷간의 크기와 높이, 넓이를 적당히 조절해야 ‘딱 좋은’ 집이 될 수 있다.

 

 

 



  한옥에 들어가면 ‘아늑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초가뿐 아니라 ‘고래등같은 기와집’에서도 이런 느낌은 마찬가지다. 그 이유가 뭘까.

 

  한옥은 담부터 벽, 중문, 창문, 퇴, 기단 등이 모두 사람의 몸과 어울린다. 그렇게 크지 않다. 몸에 맞는 옷처럼 적당하다.

 

 

 

 



  우선 방을 보면, 99칸 집도 막상 방은 그리 크지 않다. 큰 집도 10제곱미터 정도라고 한다. 호텔 로비처럼 휑한 느낌이 없다.

 

  퇴(툇마루)도 걸터앉기 딱 좋다. - 앉으라고 유혹하는 듯하다.

 

  건물을 얹는 기단도 사람 허리 높이를 넘지 않는다. 기단에 놓는 계단도 두세 단이다. 네 단까지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마지막으로 찬장의 높이다. 한옥을 자세히 살펴보면 대청마루의 찬장은 높지만 방은 낮다. 마루는 넓고 방은 좁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인은 주로 앉아서 생활한다. 섰을 때 조금 낮게 느껴지지만 앉으면 딱 맞다. 앉아서 생활하기에 맞춤한 높이에 천장을 만든 것이다. 방 천장이 마루처럼 높으면 괜히 불안해진다.

 

 

 

 



  아파트가 투기의 대상이 된 것도 역설적으로 이런 휴먼 스케일에 실패해서가 아닐까. 전망이나 교통은 따지지만 방의 넓이가 적당한지 천장 높이가 어떤지 선전하는 아파트는 없다. 이는 심리적 안정이라는 중요한 요소를 배려하지 않고 지었단 뜻일 것이다. 살면 살수록 정이 드는 한옥과는 다르다. 그러니 적당히 살다가 옮길 궁리부터 할 수밖에.

 

  한옥이 아니더라도 휴먼 스케일을 염두에 두고 집을 골라야 할 듯하다. 몸에 맞는 집에서 살다보면 자연스레 쓸데없는 욕심이 줄어들 듯하다. 매일 맞춤하게 자른 김치를 먹으면서 음식을 만드는 이의 배려를 깨닫듯이.

 

  집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 마음이 차분해지고, 음식 만드는 이의 정성만 떠올려도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인다면 현대 사회가 겪고 있는 과잉과 몰인정의 문제가 적잖이 가라앉을까.

 

  참고>

  이종호, <과학문화유산답사기>, 북카라반, 2014, 2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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