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사랑하는 내 딸 베로니카야!
인간이 가장 나중까지 간직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모든 걸 다 빼앗기고, 모든 일에 실패한 뒤에도 끝까지 남는 한 가지 소망. 힌트를 주는 이야기가 있다.
유니우스(Johannes Junius)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1614년에서 1628년까지 밤베르크의 시장으로 여러 번 재직했다. 그랬던 그가 느닷없이 ‘마녀’ 혐의를 받았다. 1628년이었다.
그해 그는 갑자기 체포돼 심문을 받았다. 모진 고문이었다. 그는 이를 견디지 못하고 거짓 자백을 했고, 얼마 안 가 목숨을 잃었다.
그는 죽기 직전 딸 베로니카에게 편지를 썼다. 편지 속에는 이미 목숨을 구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현실 인식’과 함께 그의 마지막 소원과도 같은 간청이 담겨 있다.
그는 말했다. ‘이런 억울한 일이 세상 어디에 또 있겠니?’ ‘무고한 내가 이곳에서 어떤 고문을 당했는지 너에게 꼭 들려주고 싶구나.’ 어차피 죽을 운명이지만 진실을 밝히고 싶은 것이다. 그는 거짓으로 진술한 내용까지 소상히 밝힌 후 이렇게 썼다.
‘너는 내가 살아남기 위하여 거짓 자백을 했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가 왜 죽게 된 것인지 이 편지로나마 알게 될 것이다... 딸아! 아버지는 죄 없이 죽게 된다. 내가 순교자와 같다는 생각도 드는구나.’
그는 법정에서 ‘거짓을 진술해주는 대가로 (증인들이) 뒤에서 검은 돈을 받았다.’는 확신이 있다고 편지에서 밝혔다.
그가 이 진실을 전하고 싶었던 사람은 다름 아닌 딸이었다. 딸은 그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그는 편지에서 몇 번이고 이렇게 밝혔다.
‘사랑하는 내 딸 베로니카야!’
편지에서 가장 많이 반복된 구절이었다.
그는 ‘가장 사랑하는 존재’에게 ‘진실’을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인간이 죽음을 앞두고, 아무런 희망도 없을 때, 마지막으로 가지고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은 가장 사랑하는 이의 ‘이해’가 아닐까.
우리는 친구나 가족들이 진실을 외면할 때 가장 극심한 고통을 겪는다. 반대로 세상이 아무리 ‘나’를 외면할지라도 사랑하는 사람이 진실을 알아준다면 최악의 절망은 피할 수 있다. 그것이 유니우스 시장의 편지가 전하는 진실이 아닐까.
참고>
양태자, <중세의 잔혹사 마녀사냥>, 이랑, 2015년, 15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