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교
낡은 태교
선녀가 사람이 되는 법은? 아이 셋을 낳아야 한다. - 선녀와 나무꾼 설화에 따르면. 아이 셋을 낳으면 구름 위를 걷던 마음이 땅으로 가라앉아 삶에 충실하게 된다는 뜻일 것이다. 거부감을 느끼는 여성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이를 낳으면 삶에 변화가 온다는 건 아무도 부정할 수 없다. 삶과 세상을 보는 시각과 태도가 사뭇 달라진다.
<태교신기>(1801)를 쓴 이사주당(李師朱堂, 1739 ~ 1821)은 출산과 육아가 여성뿐 아니라 가족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확신했던 듯하다. 그는 종래의 여성 중심의 태교를 가족으로 확장시켰다. 임신한 여성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 구성원들까지 태교에 참여하도록 독려한 것이다. 이를테면, 임산부가 스스로를 삼가는 것은 물론 남편이나 다른 가족 구성원들도 임산부에게 마음의 평정을 잃을 만한 말을 못하도록 당부했다. 새로운 생명을 받아들이는 일을 통해 여성뿐 아니라 가족 전체가 마음과 생각을 새롭게 하는 계기로 삼으려 한 거였다.
요즘 들어 (태교에 있어) 새롭게 대두된 문제는, 새로운 생명이 잉태하면 태어나기 전부터 기존 사회에 편입시키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금주하거나 독서에 열중하는 것까진 괜찮은데 입시과목을 파고드는 경우가 많다. - 영어나 수학, 심지어는 화학이나 물리까지.
새로운 생명은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 이사주당은 새롭게 태어나는 생명을 가족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시대를 열 역동적 에너지로 인식했을 것이다. 반면 우리는 태교를 대부분 임산부만의 일로, 그리고 태교를 과거의 틀에 끼워 맞추는 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한 듯하다. 끔찍한 일이다.
참고>
정해은, <조선의 여성 역사가 다시 말하다>, 너머북스, 2011, 10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