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소멸
조선의 ‘인구소멸위기 지역’
‘주민이 한 명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니, 차라리 이웃 지역으로 행정구역을 편입시키는 게 나을 것.’
인구소멸위기지역 이야기다. 단, 2022년 대한민국이 아니라 조선시대가 이야기의 배경이다.
16세기 지역에는 ‘민의 유망’, ‘민생의 곤궁’ 문제가 심각했다. 구체적인 기록이 남은 곳은 충청도 단양과 경상도 언양현이었다. 주민이 자꾸 사라졌다. 지역의 상황을 보고받은 사신(史臣)은 이렇게 예측했다.
“한 고을의 폐단으로 전국을 추측한즉 그러하지 않은 곳이 없다.”
세금이 문제였다. 세금을 내기가 버거워 토지를 버리고 도망하는 것이었다. 간단하게 말하면 먹고살기 힘들어서였다. 이를 놓고 이황과 이이는 ‘교화에 앞서 민생 안정’을 주장했다.
근본적인 원인은 몇 가지로 짚어볼 수 있다. 첫째는 중앙집권화였다. 중앙에서 내려오는 세금과 관련된 지침이 무거웠고 중앙관료나 훈척세력의 욕망을 통제하기도 힘들었다.
지역 양반들의 수탈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이들은 농장을 확장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고, 농사를 지을 노비를 확보하는 데도 열심이었다. 이들은 양인 농민을 노비로 만들기도 하고, 노비와 양인의 결혼을 적극 장려해서 노비를 늘였다. 양인 농민은 몰락하거나 노비가 되었다. 이 또한 토지를 버리고 도망가게 만드는 원인이었다.
이러한 사정을 개선시키는 키는 사림이 쥐고 있었다. 이들은 중앙에 진출해 훈구세력을 견제하는 같은 족속(지방 양반)들을 관리하고 단속하는 일도 동시에 추진해야 했다.
지방이 몰락하는 것은 결국 돈이 안 되거나 좋은 일자리가 없어서였다. 먹고 살 만한데도 나고 자란 곳을 떠나 타지로 갈 이유는 없다. 이데올로기보다 민생 안정이 더 중요하다.
참고>
김훈식 외, <조선시대사 2 인간과 사회> 푸른역사, 202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