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있는 이야기

대기업

프로시안 2022. 6. 23. 18:57

 

대기업

 

 

 

 

 

 

오랑캐 기업
  
  
  ‘덩치는 크다. 그러나 실속은 없다.’
  
  ‘무엇이든 다 한다. 그러나 진짜 잘하는 거의 없다.’
  
  우리나라 대기업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다. 큰 덩치로 뭘 하려는 걸까? 
  

 

 


  많은 일들을 하겠지만 헤비급 기업 밑에서 일하는 ‘근육질’ 중소기업을 길들이는 일도 그 중의 하나다. - 생명을 질기게 이어간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전쟁터 같은 경제 환경에서 나른 괜찮은 전략인 듯하다. - ‘근육질’로 체질 개선을 하려는 노력이 아쉽긴 하지만.
  
  국가의 흥망성쇠도 기업과 비슷하다. 명과 조선, 청의 관계가 그렇다. 일본이 조선을 치자 명은 조선으로 파병한다. 명과 조선 모두 어려운 시기를 겪는다. 뜻밖의 ‘외부 세력’ 하나 때문에 두 대기업이 휘청거린 셈이었다.
  
  이때를 노린 중소기업이 하나 있었다. 여진족이었다. ‘오랑캐’로 불리던 이들은 명의 압박이 허술해진 사이 소기업들을 병합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더니(八旗 제도) 이름도 바꾸었다. 대금. 
  

 

 


  1618년 그들은 아시아 최고의 기업, 그러나 내부는 한없이 부실해진 명에 선전포고를 한다. 명은 조선을 호출하고 전열을 갖추지만 강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급부상한 여진족들에게 당해내지 못한다. 결국 무너진다.
  
  최근 들어 흔들리는 대기업이 많다. 경영권 승계로 내홍을 겪거나 창업주 일가의 비리로 법원을 들락날락하는 경우다. 모두 덩치만 키웠지 군사 시스템은 부실했던 아시아의 대국들을 연상시킨다. 한 기업(조선)은 끝까지 살아남았지만 한 기업(명)은 결국 무너졌다. 현대 기업들의 마지막은 어떨까.
  
  대기업 오너 일가들은 새롭게 치고 올라오는 ‘오랑캐’ 기업, 혹은 경영권을 빼앗으려는 ‘오랑캐’들에게 이렇게 일갈할 것이다. 
  
  “너희들이 이 기업을 세우기까지의 피땀을 아느냐고, 몇 대에 걸쳐 쌓은 경영 노하우를 너희들이 가지고 있느냐고. 재상 가문에 재상 나고 경영자 가문에 경영자 난다는 걸 모르느냐고!”
  

 

 


  하지만 후일 청을 세운 여진족들은 훌륭한 국가 경영으로 결국 기존 대기업(조선)의 인정을 받아냈다. 시작은 오랑캐였으나 ‘창업주’ 못잖은 성과를 냈노라고 인정했다. 특히 실학자들이 그들에게 후한 점수를 줬다. 더 나아가 오랑캐에게 배우자고 했다. 
  
  오너 일가를 신족(神族)처럼 떠받드는 우리나라 기업 관계자들이 마음에 새겨야 할 역사가 아닐까.
  
참고>
홍순민 외, <조선시대사 1 국가와 세계>, 푸른역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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