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있는 이야기

말장난

프로시안 2022. 6. 20. 20:54

말장난

 

 

 

 

 

'말'에 주목해야  
  
 
  레이건(1911 - 2004, Ronald Reagan)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가장 경험도 엷고 지적 호기심도 없는 인물이었다. 이를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는 단어 사용이 예리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사실 관계’를 헷갈리는 것을 넘어서 교묘한 ‘말장난’에 넘어서 심각한 실수를 저질렀다.
  
  레이건이 정치 무대에 등장한 시기는 세계의 격변기였다. - 위험한 시기였던 것이다. 경제위기가 불어 닥쳤다. 1960년대와 70년대까지 호황을 누리던 자원 부국들이 70년대 중반부터 심각한 침체를 경험하기 시작했다. 그들 제3세계 국가들의 채무가 증가하면서 성장 정책에 제동이 걸렸다. 
  
  무엇보다 가장 큰 타격을 받았던 국가들은 사회주의 발전 모델을 선택한 이들이었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신봉했던 레이건은 ‘이들을 공격해서 소멸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했다. 그는 변화의 시기에 혁명을 일으킬 계획을 짰다. 1981년, 레이건은 강력한 반공 노선을 천명했다.
  

 

 


  여기서 ‘말장난’ 전문가가 등장한다. 보수파 민주당원이자 대학 교수였던 커크패트릭이 핵심 인사였다. 그는 중남미 독재자들에게 대해 “전체주의가 아니라 권위주의 정권”이라고 교묘한 해석을 내놓는다. 레이건은 그녀의 말을 철썩 같이 믿어버린다.
  
  얼마 후 <뉴욕 타임즈>에 앤서니 루이스라는 칼럼리스트가 이런 칼럼을 실었다.
  
  ‘반공이라는 명문 아래 미국 대통령은 최근 학살을 정책으로 삼는 독재자(에프라인 이로스 몬트 과테말라 대통령)와 우호적인 만남을 가졌다.’ 
  
  과테말라 정부군은 게릴라를 진압한다는 명분으로 헬기를 농가 지역에 보내 남녀 불문하고 칼과 총으로 학살했다. 루이스는 이를 ‘대량학살’이라고 표현했다. 
  

 

 


  레이건 정부는 엘살바도르에도 개입했다. 레이건 정부는 우익 부대를 지원했다. 심지어 미국으로 데려와 훈련까지 시켰다. 무기까지 지원받은 이들에게는 무서울 것이 없었다. 미군 장비로 무장한 살바도르 정부군은 1981년 말, 한 마을 주민 767명을 죽이는 사건을 일으켰다. 레이건의 실수가 분명했지만, 그는 이를 시인하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전체주의적이 아니라 권위주의적이었을 뿐이고 무엇보다 반공 사상이 투철했을 뿐이었다. 
  

 

 


  언어를 통한 ‘인간 분석’은 이전에도 있었다. 독일군 장교 아이히만에 대한 분석이 대표적이다. 한나 아렌트는 그의 ‘생각 없음’이 언어 사용에 그대로 반영되었다고 판단했다. 요컨대, 언어는 사고를 반영한다. 단순하고 틀에 갇힌 언어를 사용할수록 사고도 편견에 갇히기 마련이다. 
  
  내년엔 또 총선이다. 정치인들의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어디서 들어본 듯한 말이나 상투적인 관용어를 많이 쓸수록 별 생각이 없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매니페스토의 한 기법으로 활용해도 좋을 듯하다. 
  
참고>
올리버 스톤, 피터 커즈닉, 이광일 옮김, <아무도 말하지 않는 미국 현대사>, 2015, 1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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