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있는 이야기

신뢰성

프로시안 2022. 6. 14. 18:27

신뢰성

 

 

 

 

 

바께아노

 가우초(gaucho). 남아메리카의 라플라타강(江) 유역과 우루과이강·파라나강 하류 등의 광대한 목축지대인 팜파스의 주민 또는 목동이다. 이들 중에 ‘바께아노(baquia)’라고 불리는 부류가 있었다. 바께아노들은 지형과 길에 해박했다. 사방 2만 레구아(10km)에 있는 평원, 숲, 산을 훤히 꿰고 있다.

 

  그들의 능력이 가장 요긴하게 쓰였던 곳은 군대였다. 군대에서 이들은 장군 옆에 붙어서 지냈는데, 길을 찾아주는 것은 물론 멀리서 다가오는 적들이 일으키는 먼지의 농도를 보고 그 수를 알려주기도 했다.

 

 


 

  장군들은 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긴 했어도 전적으로 신뢰하진 않았다. 언제든 배신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들이 배신하면 부대의 모든 비밀이 적의 수준에 들어갔다. 군대의 명운을 가르는 치명적인 사건이 될 것이었다.

 

 

 



  현대에서 바께아노를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신뢰할 수밖에 없을 만큼 엄청난 정보를 제공하지만 그렇다고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것. 무턱대고 믿었다간 작은 승리 같이 최악의 패배를 줄 수도 있는 그 무엇. 우리가 가진 거의 모든 지식과 정보, 상식과 경험이 바께아노(baquia)가 아닐까. (특히 미디어와 인터넷 자료들은 우리에게 무한한 정보를 주지만 잘못되거나 위험한 것들이 많이 섞여 있다.) 군대의 장군처럼 이들을 활용하되 신뢰하지는 말아야 한다.

 

 

 


  굳이 사족을 달자면 우리 주변에도 바께아노 같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많은 도움이 되지만 전적으로 신뢰하다간 ‘나의 군대’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참고>

도밍고 파우스띠노 사르미엔또, 조구호 옮김, <파꾼도>, 아카넷, 81쪽~

 

참고>

최익현 외, 이주명 편역, <원문 사료로 읽는 한국 근대사>, 필맥, 2014년, 137쪽, 3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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