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있는 이야기

매창 시

프로시안 2022. 4. 30. 19:45

매창 시

 

 

 

 

 

 

아전들이 기생의 문집을 만든 이유



조선 시대 문집 중 여자의 글을 모은 문집은 총 32종이 전한다. 개인 작품집인 경우도 있지만, 남편의 문집에 부록으로 끼워졌거나 가족 문집에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문집은 거의 대부분 남편이나 아들, 사위, 형제 등 남자들이 편찬했다.



유희춘은 아내의 글을 문집으로 엮었고, 허난설헌(1563~1589)의 문집을 만드는 일에는 남동생 허균(1569~1618)이 나섰다. 사주당 이씨가 저술한 ‘태교신기’는 아들인 한글학자 유희가 한글로 음을 달아 세상에 내놓았다.

 

 



가장 눈에 띄는 여성 문집은 부안 기녀 이매창(1573-1610)의 시 58를 모아 간행한 시집이다.



‘계생(桂生)의 자(字)는 천향(天香)이다. 스스로 매창이라고 했다. 부안현의 아전 이탕종(李湯從)의 딸이다. 만력(萬曆) 계유년[1573]에 나서 경술년[1610]에 죽었으니, 사망 당시 나이가 서른여덟이었다. 평생토록 노래를 잘했다. 지은 시 수백 편이 그 당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지만, 지금은 거의 흩어져 사라졌다. 숭정(崇禎) 후 무신년(1668) 10월에 아전들이 읊으면서 전하던 여러 형태의 시 58수를 구해 개암사(開巖寺)에서 목판본으로 간행했다.’



매창의 부친은 아전이었다. 그의 시집을 상재한 사람들은 ‘아버지의 후배들’이었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시가 좋았던 것도 있겠지만, 자신들의 ‘계층’에서도 훌륭한 재능이 탄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

 

 



매창도 지하에서 이 소식을 들었다면 기뻐했을 것이다. 매창의 정인(情人)은 촌은(村隱) 유희경(1545~1636)이었는데, 그 역시 천민 출신이었다. 그는 위항문학(委巷文學)의 선구자로 평가된다. (위항인은 양반이 아닌 중인 이하 하급계층을 의미했다.)

 

 



매창과 유희경,그리고 문집을 내준 아전들까지 공통분모가 분명해 보인다. 매창의 삶과 문집이 편찬되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사회의 편견에 저항한 ‘춘향’의 모습이 연상된다.



참고>

정창권, <조선의 살림하는 남자들>, 돌베개, 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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