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나라 영토
명나라 한족 ‘**’들이 만주족을 지배층으로 받아들인 이유
“우리는 오랑캐 만주족을 몰아내고 한족의 나라를 되찾겠다.”
“만주족은 한 명도 살려두지 말고, 한족은 한 명도 해치지 말라.”
태평천국운동을 이끈 홍수전(1814~1864)가 남긴 말이다.
중국은 (지금) 한족의 나라다. 과거 내란이 일어났을 때 한족과 오랑캐의 대립은 극명했다. 서구인들이나 우리나라 사람이 보면 티벳인, 위구르인, 몽골족이나 사뭇 달라 보일까, 그 사람 그 사람이지만 자기들끼리는 엄청나게 구분한다.
그러나 조금 더 파고 들어가면 이보다 큰 문제가 있다. 돈 문제다.
“이 자가 내 돈을 빌려놓고 갚지 않습니다!”
17세기 중국, 역졸 하나가 실직을 당했다. 고리대금업자에게 돈을 빌렸다고 못 갚은 까닭이었다. 그는 채무자를 관에 일러바쳤고, 관에서는 당장 조치를 취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명나라에서는 역졸의 60%를 해고했다. 원인은 잇따른 흉년이었다. 고관들과 부유한 상인들에게 SOS를 요청했지만 이를 들어줄 리 만무했다. 명나라 조정은 공무원 숫자를 줄여 국가 예산 부족을 해결하려고 했다. 역졸 해고라는 ‘실업난’은 1630년에 발생했다.
채무 때문에 역졸 자리를 빼앗긴 이자성(1606~1645)은 ‘실업자’들과 뭉쳐서 명나라 조정에 저항했다. 이자성의 난이었다. 이들은 양자강 이북의 중원을 휩쓸었다. 온 나라가 난리통이었다.
이를 틈타 만주의 오랑캐들이 중원으로 밀고 내려왔다. 가뜩이나 돈 없고 힘 빠진 명나라 조정이 청나라 세력을 막아낼 재주는 없었다. 내분으로 약해진 명은 결국 청에 패권을 남겨줬다. 인구로 비교하면 청나라는 100만, 명나라 한족은 그 100배였지만 머릿수로도 대세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여기에 청나라에 힘을 보탠 요소가 하나 더 있었다. 한족 지주들이었다. 실직 역졸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러워지고 자신들의 안정도 보장받을 수 없게 되자 그들은 무능한 명나라 조정 대신 작지만 강력한 청나라를 선택했다. 마치 정당을 바꾸듯 지배 민족 자체를 교체해버린 것이었다. ‘돈’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이자성의 난과 청나라의 중원 장악 역사에서 중국, 혹은 중국인의 중요한 행동 패턴을 간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