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순
세종 임금의 ‘재난 해결사’ 발탁 조건
갑자기 재난이 닥쳤다고 가정해보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일단은 화재면 화재, 기아면 기아를 잘 이해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사고가 일어난 지역에 대한 지식이다. 특정 지역만이 가지는 고유한 특징이 있다. 이런 점을 잘 모르면 재난 상황을 수습하기 힘들다.
1436년 조선에 흉작 사태가 벌어졌다. 수년째 이어진 재난이었다. 그중에서도 충청도가 가장 심했다. 임금은 충청도 관찰사에게 이런 교지를 내렸다.
‘근래에 굶주려 죽는 백성이 대단히 많다고 들었다. 내가 심히 송구하게 여긴다. 그런데 왜 경은 이러한 사정을 한 번도 보고하지 않는가? ...내가 사람을 파견하여 상황을 조사할 것이니 경은 온 힘과 마음을 다하여 널리 살피고 구휼하여 단 한 사람의 백성이라도 목숨을 잃는 일이 없도록 하라.’ - 세종실록 19년 1월7일
세종이 내려보낸 사람은 안순(1371년~1440년)이었다. 그에게 다섯 가지 지침을 내렸다.
1) 승려 중에 자비삼이 있는 자를 택해 아침저녁으로 음식을 공급하게 하라.
2) 별도의 공간에 노인과 어린아이, 병든 자를 묵게 하고 구료하라.
3) 먹을 것이 없어서 다른 고을로 떠난 사람의 집과 논밭을 지켜주어라.
4) 구휼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사람의 죄를 엄하게 묻고, 공을 세운 사람은 직급을 올려주어라.
5) 먼저 처리한 후 보고하라.(선조치 후보고)
안순은 이 일의 적임자였다. 우선, 그의 지위를 보면 종1품이었다. 삼정승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직급으로 해당 지역은 물론 중앙 정부 기관의 협조도 이끌어 낼 수 있는 지위였다.
개인적인 프로필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얼마 전까지 10년 넘게 호조 판서와 판호조사, 그리고 충청도 관찰사까지 역임했다. 충청도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
안순의 활약은 대단해서 각 도에 모범 사례로 전파되었다. 안순의 예는 우연이 아니었다. 세종은 천재지변이나 전염병, 기근이 닥치면 그 지역의 수령이나 관찰사를 지낸 적이 있고 관련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임명해 책임자로 파견했다. 효율과 성과가 클 수밖에 없었다.
참고>
김준태, <조선의 위기 대응 노트>, 민음사, 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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