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있는 이야기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프로시안 2022. 3. 13. 17:55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황금궁전과 아무 상관없는 원숭이가 왜 ‘황금궁전 원숭이’가 됐을까



간혹 ‘이런 것까지 매매가 되는가?’하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것들이 있다. 마이클 샌델의 번역서 제목이기도 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의 범주에 드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하는 매매대상들이다.



볼리비아 북서쪽에 자리잡은 마디디 국립공원에 ‘아우레이팔라티이’하는 새로운 원숭이가 나타났다. 아우레이팔라티이(aureipalatii)는 라틴어로 황금색(aureus)과 궁전(palatium)을 합한 단어다. 황금궁전이라는 의미다.

 



이 원숭이 이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은 경매를 통해서였다. 이 새로운 영장류를 발견한 과학자가 ‘명명권’을 경매에 올렸다. 여기에 온라인 카지노 업체인 ‘황금궁전닷컴’이 응모해 이름을 달 권리를 가져갔다. 영어 이름을 그대로 쓸 수는 없어서 라틴어로 바꾸었다.



이 돈은 꽤 유용하게 쓰였다. 65만 달러로 지역 주민을 마디디 공원 관리자로 고용했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마디디 국립공원이 자신들의 삶과 연계되는 순간이었다. 나름 알차게 쓰인 셈이었다.

 

 



대중의 호응도 빼놓을 수 없는 효과였다. 경매가 이슈가 되면서 마디디 국립공원과 새롭게 발견된 종의 보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새로운 종이 발견되는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고 그만큼 대중의 관심은 특별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반대 목소리도 높다. 많은 과학자들이 ‘과학의 상업화’를 위해 명명권 경매를 반대한다. 과학의 신성함을 훼손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누군가 장난을 칠 수도 있다. 이를테면 보기에도 끔찍한 곤충에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의 이름을 붙일 수도 있다. 이를테면, (서양의 경우) 장모의 이름.



공공이 사용하는 지하철역 이름을 기업이나 특정 단체에 줄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정치적 주체로서의 공공 공간에 자본이 깊이 개입되는 것을 거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참고>

시트븐 허드, <생물의 이름에는 이야기가 있다>, 조은영 옮김, 김영사, 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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