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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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시안 2021. 9. 22.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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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이 쟁기질만 하면 비가 온다고 믿은 이유



체험은 힘을 가진다.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고는 하지만, 잘못 보면 문제가 더 커질 수도 있다. 19세기에서 20세기 초 사이에 미국 농부들은 ‘쟁기질을 하면 비가 내린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체험이 만든 신념이었다. 당시는 비가 많이 내리는 시기였고, 농부들은 쟁기질을 하다가 빗방울을 맞이하기 일쑤였다. 이 체험은 우연이라는 의심을 씻어버릴 만큼 강력했고 쟁기질과 비에 대한 미신은 믿음으로 굳어졌다.



20세기 초, 미국은 농민들의 서부 정착과 농업을 장려했다. 그 시절 이미 농사 짓기 좋은 땅은 모두 경작지가 되어 있었으나 미국 정부는 다양한 혜택을 부여했다. 때마침 호시절이 찾아왔다. 어쩌면 ‘쟁기질에 호응해 비를 쏟아내는 하늘’보다 더 한 축복이었다. 세계 1차 대전이었다. 농산물 가격이 폭등했고, 농민들은 콧노래를 불렀다.

 

 

 




문제는 전쟁이 끝난 뒤였다. 밀 가격이 폭락했다. 이때 농부들은 각자도생의 길을 찾았다. 경작지를 더 개척해 생산량을 늘인 것이었다. 그 결과 값은 떨어지는데 상품은 더 많이 쏟아졌다. 피 같은 땀을 흘린 결과가 제살 파먹기라니, 이런 저주가 없었다.



대지가 메말랐고 대지에 자라던 풀도 없어졌다. 바람이 불면 흙을 움켜쥐고 있어줄 식물이 없었다. 바람이 불면 거대한 먼지 구름이 일어났다. 심지어 1~2미터 앞도 안 보일 정도였다. 빈도도 잦아 여름은 매일 먼지 구덩이가 변했다. 먼지 구름은 수천 킬로를 이동해 워싱턴이나 뉴욕 같은 대도시까지 습격했다. ‘쟁기잘 하면 비가 오는’ 비의 시절이 끝나고 너무도 많은 땅이 파헤쳐져 벌겋게 속살을 드러낸 결과였다. 먼지 폭풍은 10년 동안 발생했다. 어느 사이 쟁기질은 곧 비라는 공식을 되살려도 될만큼 강수량이 풍부해졌지만 좋은 시절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시아에도 거대한 쟁기질이 있었다. 이후 수십 년 동안 먼지 폭풍이 가라앉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산업시설에서 쏟아내는 미세먼지까지 더해서 한해 한해 최악의 정도를 갱신할 정도다. 인간이 정착 생활을 시작한 뒤로 환경 파괴가 시작되었다지만 어떤 파괴는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끔찍하다. 해결책에는 도통 관심이 없을 때에는 더더욱 더.



참고>

톰 필립스, <인간의 흑역사>, 홍한결 옮김, 윌북,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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