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능력 이별의 정한 ‘이별의 정한’, ‘여성의 절절한 감정’, ‘한’. 국문학자 양주동(1903~1977) 교수가 ‘가시리’를 설명하면서 가져온 단어들이었다. 이 해석에 따르면 ‘가시리’는 깊은 슬픔이 맴도는 노래다. 양 박사가 조명한 ‘한의 정서’는 이후 김소월과 서정주의 시를 해석하는데도 요긴하게 활용됐다. 1986년, 김대행 서울대 국어교육학과 교수는 다른 부분을 주목했다. ‘좌절’, ‘돌이킬 수 없음’ 등 한, 정한, 회한을 모두 포괄하는 한의 범주로 접근할 수 있으나 어떻게든 그런 감정을 해소하려는 모습을 보인다고 밝혔다. 소극적인 패배주의와 거리가 먼 정서라는 설명이었다. 고려속요는 민요에서 출발해 궁중 의례악으로 정착했다. ‘남녀상렬지사’의 괄호 안에 들어가는 속된 노래로만 보기는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