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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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시안 2022. 10. 30.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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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기는 ‘그들’의 시대였다



개화기에 접어들자 철학의 시대는 급격히 저물었다. 기술로 무장한 서구 세력이 쳐들어오면서 변화의 몸부림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고고한 철학에서 기술과 실리의 세계로 전환, 그것이 개화기의 풍경이었다.



제2 신분집단이 급부상했다. 중인들이었다. 1880년 통리기무아문이 설치된 이후 외무아문의 주사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이 자리는 중앙정부에 진입하는 거점이었고, 주사의 10% 이상을 중인이 차지했다. 외무아문의 업무 특성상 통역 등 외교의 전문성이 중요했고 이는 중인들이 오랫동안 활약한 분야였다.

 



외무아문에서 1883년에 세운 ‘동문학’, 그리고 ‘동문학’의 위상과 역할을 이어받은 ‘육영공원’에서 가장 모범적인 태도로 외국어 학습에 임한 사람들은 중인들이었다. 호머 B. 헐버트, 델젤 A. 벙커, 조지 길모어 등의 미국인 강사가 강의를 맡았는데, 길모어는 학생들 중에 귀족 아닌 귀족이 많다고 했다. 그는 “가정 어린 소년들과 영어 공부를 통해 승진을 희망할 수 있는 사람들”이 최고의 모범생이라고 증언했다. 가장 어린 학생 대부분이 중인이었고, 모범생 중에는 이완용 ‘학생’도 포함되어 있었다.

 

 



시대는 변했고 ‘기회’가 왔다. 이들은 ‘친일파’라는 비난을 받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한풀이를 하듯 피나는 노력과 처절한 처세를 통해 ‘진짜 양반’들이 차지했던 고위직을 향해 거침없이 진격했다.



참고>

황경문, <출생을 넘어서>, 백광열 옮김, 너머북스, 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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