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있는 이야기

가진자

프로시안 2022. 9. 12. 15:59

가진자

 

 

 

 

 

규정대로 합시다 단, ‘나’는 예외



“걸지 마. 아니면...”



조선의 지역 양반들은 향약을 만들었다. 지역을 유학적 도덕으로 교화하려는 목적이었다. 이는 ‘중앙’ 세력에 대한 항거이기도 했다. 훈구 세력들은 모든 힘이 중앙에 집중되기를 원했고 재지 사족들은 자치적인 분위기를 추구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향약이었다.

 



이황이 만든 예안향입약조에는 다양한 규정들이 담겨 있었다. 구성원들이 모두 마음에 새기고 따라야 할 원칙이 담겨있었다. 그러나 이 조은 오랫동안 향사당에 걸리지 못했다. 향사당에 약조문이 걸린 문구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퇴계가 작성안 약조문에서 몇 구절이 빠져 있었다.



- ‘많은 인호를 예속시켜놓고 관역에 응하지 않은자’와 ‘조부에 힘쓰지 않고 요역의 면제를 도모하는 자’는 중벌로 다스린다.

 

 



양반들의 책무 혹은 리더로서의 책임을 명백히 규정한 조항은 제외시켰다. 취지는 좋았지만 아무래도 힘이 있는 쪽의 의무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고 싶었던 것이었다. - 이는 어쩌면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가진 자들의 암묵적 ‘룰’이 아닐까. 이런 성향 때문에 농민층과의 대립이 근본적인 차원해서 해결될 수는 없었다. 이 시대에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참고>

김훈식 외, <조선시대사 2 인간과 사회> 푸른역사, 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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