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강정호와 주몽의 공통점
야구팬들은 오전이 즐겁다. 며칠이 멀다하고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들이 안타, 홈런 소식을 보내오기 때문이다. 그것도 ‘차붐(차범근)’ 시절처럼 문자와 정지 사진이 아니라 동영상으로!
특히 강정호의 홈런 한방이 얼마나 많은 이들의 오전을 활기차게 만드는지 모른다. - 어느 조사에 의하면 사람들은 월요일 오전에 11시까지 얼굴에 미소를 띠지 않는다고 하는데, 강정호가 안타나 홈런을 때린 날은 9시부터 웃을 듯하다.
일반적으로 공을 잘 때리는 선수들은 ‘잘 보는’ 데서 시작한다. 미국의 홈런왕 베이비 루스가 그랬다. 그는 레코드판의 바늘을 집중해 쳐다보면서 타격 훈련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서운 눈은 활쏘기와도 연관이 있다. <열자ㆍ列子> 탕문편(湯問篇)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비위(飛衛)라는 훌륭한 궁사가 있었다. 그에게 기창(紀昌)이라는 사람이 활쏘기를 배우러 왔다. 비위는 말했다.
“눈을 깜빡이지 않는 것부터 배워야 합니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 베틀 아래 누워서 베틀의 북이 왕래하는 모습을 봤다. 눈을 깜빡이지 않고. 그렇게 2년을 훈련하자 누가 바늘로 눈을 찌르려고 해도 눈을 꿈쩍하지 않는 수준이 되었다. 스승을 찾아가자 또 다른 훈련법을 제시했다.
“아직 부족합니다. 보는 법을 익혀야 합니다. 작은 물건을 크게 보고, 희미한 물체를 뚜렷하게 보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는 말의 꼬리에서 털을 한 가닥 뽑았다. 털 끝에 벼룩을 묶어서 천장에 매달았다. 그는 하루 종일 앉아서 벼룩을 응시했다. 그러길 10일, 드디어 벼룩이 수레바퀴만 하게 보였다. 그뿐 아니라 눈에 포착되는 모든 것들이 큰 언덕이나 산처럼 크게 보였다.
이렇게 ‘보는 훈련’을 거친 끝에 그는 기창만큼 뛰어난 궁사가 될 수 있었다.
우리는 예부터 활을 잘 쏘는 민족으로 알려져 있다. 그 매서운 눈이 대대로 이어져 지금도 (오랑캐로 불릴 때처럼) 활을 잘 쏜다. 생활 습관 속에 무언가 남다른 점이 있을 것이다.
한국 타자들이 홈런을 펑펑 쳐대는 데는 이런 활쏘기의 전통이 영향을 미쳤을 지도 모른다. ‘보는 훈련’이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 자세히 설명하긴 힘들지만 양궁부터 야구까지 매서운 눈이 있어야 하는 종목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건 확실하다.
강정호 선수가 언젠가 이런 고백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
“공이 큰 언덕이나 산처럼 크게 보이는데,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찌되었든 이유 없는 결과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