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 2

시귀

시귀 귀신의 탄생 ‘우리나라 시인들은 서徐나 이李 같은 글자는 일찍이 사용한 사람이 없습니다. 게다가이 사람의 나이가 어리니 필시 시마(詩魔)에 걸렸을 것입니다.’ 허균(1569 ~ 1618)이 쓴 시평서 ‘학산초담’에 실린 이야기다. 시마(詩魔), 즉 시마귀에 걸렸다고 추정되는 인물은 이현욱이었다. 그는 영의정을 지낸 이산해(1539 ~ 1609)에게도 호평을 받았으나 어느 순간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허균의 말대로 시마가 떠난 뒤 시를 짓는 재능도 사라져버린 것일까. 1114년(예종9)에 과거에 급제한 정지상(미상~1135)은 시귀(詩鬼)를 만났다. 산속 절에서 공부하던 시절, 달 밝은 밤에 누군가 시를 읊었다. 목소리는 절 건물 뒤쪽에서 흘러나왔다. “스님은 보면서 절이 있나 의심하고, 학은 보면서..

한류사랑

한류사랑 전쟁이 가져온 뜻밖의 현상 “임진왜란은 조선에서 왜병을 끌어들여 중국을 침범하려는 술책.” 1598년 명나라 병부주사 정응태가 내놓은 주장이었다. 조선에서 중국어에 능통한 이정귀를 파견했다. 그는 ‘무술변무주’라는 문서를 작성해 명나라에 제출했다. 결국 정응태는 파직됐다. 이때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이정귀의 이름이 명나라에 널리 알려진 것이었다. ‘무술변무주’의 문장이 뛰어나다는 소문이 나면서였다. 이후 여러 차례 중국을 방문하는 동안 그는 늘 명사 대접을 받았다. 그것도 중국의 난다긴다하는 유력한 문인들 사이에서. ‘납일에 강을 지나는데 진강에 있는 유격 구탄이 하루 전에 의주로 편지를 보내어 내가 오는 날이 언제인지 물었다. 그리고는 이날 저녁 강진성의 십 리 밖까지 나와 우리를 마중했다...

카테고리 없음 2022.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