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무산에 산다는 그녀 ‘아내는 옷에 묻은 술 자국이 많다며 화를 내셨네.’ 목은 이색(1328-1396)이 어느 해 겨울 남긴 기록이다. 과음했다지만 핑계는 있었다. 이름난 재상들과 높은 관리들과 무리를 이루어 공민왕의 무덤인 현릉을 참배했다. 돌아오는 길에 여러 차례 술자리가 있었고 주거니 권하거니 ‘사회 생활’을 하느라 취하도록 마시지 않을 수 없었다. 아내는 이런 남편에게 화를 냈다. 결코 만만치 않은 지위에 명분도 있었지만 ‘무서운 아내’의 지청구는 피할 수 없었다. 이중민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아내의 치마를 바느질해서 꿰맸다. 이 일이 어쩌다 친구의 귀에 들어갔다. 그의 친구 이규보는 멋들어진 시를 지었다. (시는 ‘동국이상국집’ 5권에 남았다.) ‘눈빛처럼 곱네 하얀 비단 치마 밟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