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종합유통단지
대구종합유통단지
인턴기자 취재기
지난 7월부터 두 달간 대구한국일보에서는 대학생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그들은 선배들
과 함께 유통큰단지 8월호와 9월호를 제작하기 위해 밤늦게까지 회의를 거듭하는 등 놀라운 열정을 보
였습니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들 중 누구도 대구종합유통단지에 가본 적이 없었을 뿐더러 심
지어 이곳을 처음 듣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과연 두 달이라는 시간 동안 그들은 유통단지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지게 되었을까요?
구본학(대구가톨릭대 광고홍보전공 3학년)
김천이 고향인 나로서는 대구종합유통단지는 낯설기만 한 장소였다. 그러던 내가 유통단지를 취재하면서 느꼈던 점은 구
성원 모두가 정이 많다는 것과 유통단지에서 취급하는 품목은 전국 어디와 비교해도 합리적인 구매가 가능한 곳이라는 점
이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유통단지 취재를 다니며 사람들이 붐비는 분위기는 느낄 수 없었다. 아무래도 오프라인 유통
의 한계점을 느꼈던 순간이 아닌가 싶다. 청년의 입장에서도 목적에 부합한 제품을 편하게 받을 수 있는 온라인시스템이 너
무나도 잘 구축된 대한민국에서 굳이 유통단지를 방문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광고를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유통단지가 펼치는 마케팅도 신규 유입에 대해서는 한계점을 많이 보이고 있다고 생
각한다. 소상공인 축제나 퍼블리시티 등의 광고는 이미 유통단지에 관여도를 가지고 있는 대상에게 소식을 알리는 기능
에 머물렀다. 더욱 혁신적이고 파격적인 기획이 지금의 유통단지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을 유입할 수 있는 방법이라
고 생각한다.
여전히 유통단지만 갖고 있는 장점도 있다. 리뷰와 설명을 자세히 읽으며 찾아야 하는 제품들을 유통단지에서는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정확한 니즈를 해소할 수 있는 것이 그 예다.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해 엑스코역 개통을 시작으로 시원
한 유통단지의 미래가 펼쳐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엄순영(경북대 경영학과 4학년)
학교와 근접해 종합유통단지의 존재를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대구에서 태어나 지금껏 살았지만, 그 동네에 간 목적은
엑스코나 코스트코 외에는 없었다. 용산전자상가처럼 다양한 전자제품을 다룬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제품을 구매하러
방문하기엔 망설여졌던 것이 사실이었다.
유통단지 취재를 위해 처음 방문했던 곳은 전자상가였다. 전자상가의 첫인상은 이른 아침이었지만 어두컴컴했고 다가
가기 힘들었다. 그러나 취재를 위해 가게에 들어서면서 그 인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단순 판매를 하는 것이 아닌 가게의 사
장님은 그 분야의 전문가였으며, 자부심 역시 대단했다. 대구에 위치해 있지만 전국팔도를 넘어 해외까지 납품하는 가게
도 있었고, 80년대에 미국에서 배워온 기술이 소문나 방송 출연을 한 사장님도 계셨다. 유통단지는 그들의 인생이었고 그
들의 인생에는 유통단지가 있었다.
유통단지를 더욱 활성화 시키려면 젊은 사람들의 방문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펙스코가 생기고 엑스코에서 전시
회가 많이 열려 방문자수가 늘고 있는 추세이지만 SNS를 활용한 홍보와 이벤트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덧붙여 레트로가
부흥하고 필름카메라와 비디오가 인기를 끌고 있는 지금, 유통단지는 충분히 젊은이들의 흥미를 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효영(대구가톨릭대 관광경영학과 4학년)
유통단지 인근에 살고 있었지만 유통단지의 정확한 위치도 몰랐고, 어떠한 일을 하고 있는 곳인지도 잘 몰랐다. 심지어
취재를 하게 되면서 유통단지란 곳을 처음 가보게 됐다. 그러곤 놀란 감정이 앞섰다. 생각보다 훨씬 큰 규모와 다양한 제품
들이 유통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장 난 물건이 있다면 이곳에 들고 오면 됩니다. 뭐든 다 고쳐주세요”라는 선배 기자의
말처럼 그곳에는 오랜 시간 장사를 하며 많은 물건들을 다뤄본 장인들의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더욱이 취재를 하
면서 만난 사장님들에게 유통단지는 직장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삶의 터전이었다. 전자관에 한 사장님이 특히 기
억에 남는다. 그는 유통단지를 ‘가족’이라고 표현했다. 사회초년생인 나에게는 직장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주었던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유통단지에 대해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곳의 홍보가 젊은 층에게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나 또한 근처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잘 알지 못했던 것처럼 말이다. 이제는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시대에 우린 살고 있지만 유통
단지는 여전히 옛날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며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유통단지 특유의 ‘정’이 온라인과 결합돼 다시 한번 유
통단지가 힘찬 비상을 하길 바란다.